아르젠느 우세에게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서문

  C. Baudelaire / 윤영애 역

  나의 친애하는 친구여, 나는 당신에게 조그만 작품 하나를 보내오. 이 작품에 대해 그것이 머리도 꼬리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왜냐면 반대로 이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동시에 머리요, 꼬리이니까요. 또는 거꾸로 동시에 꼬리요, 머리이기도 하니까요. 이 같은 결합이 우리들 모두에게,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독자에게도 얼마나 훌륭한 편의를 주는지 제발 주시(注視)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곳 아무데서나 중단할 수 있지요. 나는 나의 상념을, 당신은 당신의 원고를, 독자는 그의 독서를 말입니다. 왜냐면 나는 이 작품의 완강한 의지를 필요 없는 복잡한 줄거리의 끝없는 연속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거기서 골격 하나를 제거해 보십시오. 그러면 이내 이 구불구불한 환상의 두 조각은 무리 없이 서로 연결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그것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보십시오. 그러면 그 조각들은 각자 따로 훌륭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잘린 토막들 중 어떤 것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활기가 있어 당신의 마음에 들고, 당신을 즐겁게 해주리라는 기대와 함께 나는 감히 뱀 전체를 감히 당신에게 바치는 바입니다.
  이제 나는 당신에게 조그만 고백 하나를 해야겠소. 알로이시우스 베르트랑(Aloysius Bertrand)의 유명한 「밤의 교활한 사나이(Gaspard de la Nuit)」―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들의 친구들 중 몇몇이 알고 있는 이 책은 <유명하다>고 불릴 충분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을까요?―를 적어도 스무 번은 뒤적이던 중, 그것과 유사한 어떤 것을 시도해 보겠다는 생각이 나에게 떠오른 것입니다. 아주 묘하게도 회화적인 옛날 생활의 그림에 그가 적응시킨 방법을 현대생활의, 아니 차라리 더욱 추상적인 현대의 어떤 생활의 묘사에 적응시켜보자는 의도 말입니다.
  우리들 중 누가 한창 야심만만한 시절, 이 같은 꿈을 꾸어보지 않은 자가 있겠습니까?
리듬과 각운(脚韻)이 없으면서도 충분히 음악적이며, 영혼의 서정적 움직임과 상념의 물결침과 의식의 경련에 걸맞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면서 동시에 거친 어떤 시적(詩的) 산문의 기적의 꿈을 말이오.
  이같이 집요한 이상이 태어난 것은 대도시(大都市)들을 자주 드나들며 이들 도시의 무수한 관계에 부딪치면서부터입니다. 나의 친애하는 친구, 당신 자신에게도 째지는 뜻한 <유리장수>의 소리를 샹송으로 번역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았었나요? 이 소리가 거리의 가장 높은 안개를 가로질러 다락방에까지 보내는 모든 서글픈 암시들을 서정적 산문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았던가요?
  그러나 진실을 말하자면 나의 시샘이 결국 나에게 행복을 안겨 주지 못하고 말지 않았나 겁이 나는군요.  이 작업을 시작하자 곧 나는 내가 나의 신비하고 찬란한 모델과 아주 동떨어질 뿐만 아니라 내가 그것과는 묘하게 다른 어떤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이런 유의 예기치 못한 사고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그 사실에 의기양양하겠지만, 그가 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정확하게 이행하는 것이 시인의 가장 큰 영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의 자존심을 깊이 모욕할 뿐인 사고입니다.

  경구(敬具)
  보들레르

  개와 향수병
(산문시)

  -C. Baudelaire / 윤영애 역

  「나의 사랑스런 강아지야, 착한 강아지야, 내 귀여운 뚜뚜, 이리 와서 이 멋있는 향수 냄새를 맡아 보렴. 시내의 가장 좋은 향수가게에서 산 것이란다.」
  그러자 개는 꼬리를 흔들며―꼬리를 흔드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이 보잘 것 없는 것들에게는 웃음과 미소에 해당하는 몸짓인 것이다― 다가와서 마개를 연 병에 그의 축축한 코를 조심스럽게 내민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포에 질려 뒷걸음치며 나를 향해 비난의 몸짓으로 짖어댄다.
  「―아! 별 수 없는 개라니, 만일 내가 너에게 배설물 한 상자를 주었다면 기분 좋게 그 냄새를 맡고 어쩌면 그것을 다 먹어치웠을지도 모를 텐데. 그러니 나의 슬픈 생애의 동반자로는 자격이 없는 너 역시 대중을 닮은 거로군. 대중에게는 절대로 품위 있는 향수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들을 짜증나게 할 뿐이지. 조심스럽게 선택한 오물이나 주면 되는 것이다.」  

산문시; rhyme, endrhyme, metre, foot, 중간휴지 등의 운율이 사용되지 않은 시
자유시; rhyme, metre, foot, 중간휴지 등의 운율을 공식적인 형식에 따르지 않고 개인이 자유롭게 만들어 사용한 운율시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가 산문체의 시를 주장한 것은 형용사, 직유, 은유, 상징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지, 운율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는, “리듬에 관여함으로써, 박절기(拍節器)의 시퀀스가 아닌, 음악적인 프레이즈(화성에서 두 아티큘레이션을 이음줄로 이은 것)의 시퀀스를 조직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As regarding rhythm: to compose in the sequence of the musical phrase, not in sequence of a metronome.)”

 

주근옥 정리
  
http://www.poemspace.net/

      주근옥 저, 한국시 변동과정의 모더니틴에 관한 연구, 시문학사, 2001. 참조